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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초진대전1

by 로로팜파 2020. 7. 31.

손자병법은 병법의 근본이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의 원리는 물론 과학과도 부합된 것이었다. 그 이유는 병법이 하나의 심리 과학, 혹은 심리전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전재은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손무는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것이 가장 잘한 싸움'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투지를 끌어올리고 또한 사람을 다시르니느 방법을 제시하였기에 손자병법을 하나의 심리 과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무수히 많은 병서들 중에서도 손자병법이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큰 태평성대를 누렸던 요순시대 이후, 천하는 다시 사분오열 되었으며, 구심점을 잃어버린 제후국들은 제 나름대로 패권을 장학해 보려고 맹렬한 기세로 힘을 키워가고 있었다. 이렇듯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는 시대가 5백여 년이나 계속되었는데, 이 시대가 바로 춘추 전국 시대인 것이다.

 

춘추 전국 시대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여러 제후국들 중에서도 힘으 강한 정, 송, 조, 진, 제, 진, 초, 채 노, 연, 위, 진 등의 나라들은 서로 동맹을 맺어 가면서 천하의 패권을 다투었다. 이 12개의 제후국 중에서도 5패라 불리는 제, 진, 송, 진, 초 등의 세력이 월등히 강해지자 나머지 약소국들은 그때 그때의 이해관례에 따라 이들 5패에 의지해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이렇듯 천하의 대세를 종잡을 수 없게 된 가운데 초나라에서는 목왕이 죽고 그의 아들 장왕이 등극했다. 초나라는 원래 야만국이라 하여 중원에서 열리는 제후들의 회맹에도 참석하지 못했으나, 장왕 때에 와서 비로소 그 세력을 크게 떨치게 되었다. 장왕은 참으로 뛰어난 영걸이었으나 왕위에 오른지 3년이 지나도록 정사를 조금도 돌보지 않았다. 그는 궁궐 정문에 '감히 간하는 자는 참하리라'는 표찰을 걸어두고 정나라와 월나라에서 보내온 두 미희에게 빠져 언제까지나 헤어날 줄을 몰랐다. 왕의 행실이 이 지경이고 보니 국정이 어지러워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국가의 장래를 크게 걱정한 늙은 충신 투극이 장왕에게 간언을 올렸다.

 

"자고로 군자가 여색에 빠지면 나라는 망하고야 마는 법입니다. 바라옵건데 대왕께서는 여색을 멀리하시고 국사에 전념해 주시옵소서, 지금 진과 진은 날이 갈수록 강대해져, 언제 우리 나라를 침략해 올지 모르는 형편입니다." 이말에 장왕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과인이 하늘 일에 감히 어떤 놈이 시비를 따진단 말이냐? 여봐라! 저 늙은이를 끌어내어 당장 목을 쳐버려라" 충신 투극이 참수형에 처해진 이후로도 장왕은 죄 없는 신하들을 닥치는 대로 죽여 버렸다. 일이 이러한지라 뜻 있는 신하들조차도 죽음이 두려워 감히 나서서 간하기를 꺼려했다. 이때 오거라는 충신이 왕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소신이 수수께끼 하나를 내겠사오니 대왕께서 한번 풀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장왕은 양팔에 미녀 하나씩을 끼고 앉은 채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북소리에 멍하니 취해 있다가, 오거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디 한번 들어볼까?" "어느 산 속에 커다란 새 한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썩을 대로 썩어서 언제 쓰러질 지 모르는 데다가 칡넝쿨까지 겹겹이 얽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커다란 새는 썩은 나무 위에서 3년이 지나도록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이 새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러자 잠시 생각하는 듯 턱을 괴고 있던 장왕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 3년 동안이나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단 말이지? 그렇다면 한번 날면 하늘을 찌르고 한번 울었다 하면 천하가 깜짝 놀라겠군. 알았으니 그만 물러가거라"

 

그러나 이날 이후로도 장왕은 여전히 환락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부 소종이 죽음을 무릅쓰고 왕앞에 나아가 간했다.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환락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소종의 말에 크게 노한 장왕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그대는 궁궐 정문에 걸어둔 표찰을 보고서도 감히 내게 간하려드는 것이더냐?" "신의 목이 날아감으로써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그래?" 장왕은 벌떡 일어나 칼을 뽑아 들었다. 소종은 꼿꼿이 앉은 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목 위로 칼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주위에 있던 여러 신하들은 이제 곧 소종의 목이 떨어질 것을 예감하고 모두들 와들와들 몸을 떨고 있었다.

 

이윽고 장왕의 칼리 외마디 외침과 함께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바람 소리를 낸 장왕의 칼은 뜻밖에도 종과 북을 달아맸던 끈을 후려치고는 칼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내 그대의 충정을 알았노라" 장왕은 그 길로 정사당으로 나가 정무를 보기 시작했다. 오거와 소종을 중용하여 나라의 정사를 맡기는 한편, 부패한 자들과 무능한 자들을 철저히 가려내어 경중에 따라 그 죄를 물었다. 장왕이 지난 3년 동안 일부러 환락에 빠진 것처럼 행동한 것은, 어느 신하가 올바르고 어느 신하가 간사한지, 누가 어질고 선하며 누가 무능하고 악한가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장왕은 소종의 천거를 받아들여 손숙오라는 현일을 영윤으로 임명했다. 이 날 손숙오를 영윤으로 봉하는 자리에서 장왕이 물었다. "나라를 잘 다시리려면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이겠소?" 그러자 손숙오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나라를 잘 다스려 나가시려면 무엇보다도 대왕의 권위를 크게 세우시는 일이 중요합니다. 대왕의 권위가 뚜렷하지 못하면 안으로는 백성들의 믿음을 잃게 되고, 밖으로는 열국의 업신여김을 받게 될 것입ㄴ다. 지금 우니나라는 지난 3년 동안의 실정으로 인해 대왕의 권위가 안팎으로 크게 실추되어 진 등으로 하여금 우리를 넘볼 계기를 만들어 준 형세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진나라의 콧대를 꺽어 놓는 일일 것입니다."

 

장왕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잘 알겠소,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진나라를 치자는 말씀이시오?" "그렇습니다. 그러나 진은 워낙 강대국인 까닭에 직접 쳐들어가면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희생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니 희생을 적게 하면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입니다" "과연 그런 방법이 있소" "지금 우리 나라와 진나라 사이에 정나라가 있는데, 정나라는 진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는 약소국이옵니다. 이 정나라를 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간접적으로 진나라를 쳐서 승리를 거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장왕은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참으로 놀라운 책략이오. 하지만 우리가 정나라를 친다면, 진나라 쪽에서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텐데..." "우리가 정나라를 치는 것은 별 무리가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은 진에게 구원병을 청하게 될 것이고, 진도 틀림없이 구원병을 보내올 것입니다. 이는 바로 소신이 노리는 것이옵니다." "그건 무슨 뜻이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진이 구원병을 보내온다 해도 자기나라를 비워놓고 대규모의 군대를 동원할 리는 없을 것입니다. 고작해야 10만 내지 20만 정도의 군사를 보내올 것이니, 그 정도의 병력은 우리가 어렵지 않게 무찌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싸움에서의 승리는 진나라 전체와 싸워 이긴 결과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대왕의 위명을 만천하에 떨치게 될 것이 자명한 일입니다.